4회. 국가 물관리위원회는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가

국용호 기자 / 기사승인 : 2026-01-22 10: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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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의기구’를 넘어 ‘국가 물 운영 컨트롤타워’로 —

▲추태호 / 부산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 명예교수, 대한토목학회 탄소중립위원장

 

3회 글에서 우리는 분명한 사실 하나에 도달했다. 우리의 문제는 “제도가 없어서”가 아니다. 물관리기본법은 이미 존재하고, 국가물관리위원회와 유역물관리위원회라는 틀도 마련되어 있다. 그럼에도 도시는 잠기고, 가뭄은 구조화되며, 녹조와 염수 문제는 매년 되풀이된다.

 

이 간극은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국가 물관리위원회는 ‘정책을 심의하는 곳’에 머물러 있고, ‘국가의 물 운영을 실제로 움직이는 곳’이 되지 못하고 있다.

 

지금의 위원회는 계획을 검토하고, 부처 의견을 조정하며,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에 머문다.

 

그러나 기후 위기 시대의 물 문제는 “방향 제시”만으로는 결코 반복을 끊을 수 없는 성격을 가진다. 오늘의 물 위기는 폭우와 침수, 가뭄과 지하수 고갈, 녹조와 취수 불안, 하구의 염수 침투가 동시에,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복합 위기다.

 

이런 문제를 부처별 사업, 시설별 대응, 지역별 예산으로 쪼개 다루는 방식은 구조적으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이제 “심의기구”가 아니라, 국가 물 운영의 컨트롤타워로 재 정의되어야 한다. 그 전환은 세 가지 방향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첫째, 결정이 곧 국가의 행동이 되는 구조가 필요하다.

위원회의 결정이 부처의 중장기 계획에 반영되고, 예산 편성의 기준이 되며, 사업의 우선순위를 바꾸고, 성과 평가의 지표로 작동하는 연결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지금처럼 “좋은 방향은 정했지만, 각 부처와 지자체는 여전히 기존 방식대로 움직이는” 구조로는 통합의 실질적 효과가 나타나기 어렵다.

 

국가물관리위원회는 더 이상 “의견을 모아주는 기구”가 아니라, 국가 물 관리의 공통 운영원칙을 설정하고, 그 원칙이 실제로 작동하는지를 점검하는 기구가 되어야 한다. 결정이 문서에 머무르지 않고, 예산과 사업, 현장의 행동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위원회는 국가의 힘이 된다.

 

둘째, 갈등을 ‘권고’가 아니라 ‘구조’로 조정해야 한다.

상·하류, 도시·농촌, 지역 간 갈등은 선의나 협조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상류는 규제와 부담을 지고, 하류는 침수와 수질 피해를 떠안는 구조가 지속된다면, 통합은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위원회는 상류의 보전이 하류의 안전으로 이어질 때 그 가치를 재정·제도적으로 환류 시키고, 부담을 지는 지역이 손해 보지 않도록 보상과 인센티브 구조를 설계하는 국가적 조정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통합이란 “모두 조금씩 양보하자”가 아니다. “국가가 그 양보를 공정하게 조정하고 책임진다”는 신뢰를 만드는 일이다. 그 신뢰가 없으면, 유역 단위 통합관리는 작동하지 않는다.

 

셋째, ‘사후 대응’이 아니라 ‘사전 운영’의 중심축이 되어야 한다.

도심 하천의 침수와 녹조, 하구의 정체와 염수 침투는 “문제가 발생한 뒤” 손보는 방식으로는 반복을 끊기 어렵다. 국가 물 관리는 이제, 1.시간에 따라 변하는 유량·수위·유속·체류시간을 예측하고, 2.어느 지점에서 물이 멈추는지, 3.언제 산소가 고갈되는지, 4.어떤 강우에서 침수가 시작되는지를 사전에 파악한 뒤 조건부로 조정하는 체계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는 곧, 물 관리가 “재난 이후의 복구”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상시 운영 시스템이 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이 전환을 설계하고, 각 부처와 지자체가 그 틀 안에서 움직이도록 만드는 운영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이렇게 바뀔 때, 위원회는 비로소 침수를 줄이고, 가뭄을 흡수하며, 녹조를 구조적으로 완화하고, 하구와 지하수를 지키는 국가 생존 시스템의 핵심 축이 된다.

 

5회 글에서는, 이러한 전환을 실제로 가능하게하기 위해 국가 물 관리 체계가 어떤 원칙과 도구를 갖추어야 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왜 “기후위기 시대의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물 정책은 더 이상 환경의 한 분야가 아니다. 그것은 국가가 위기를 관리하는 방식 그 자체다.

 

 

※ 본 글은 특정 정권·정당·기관·개인 또는 개별 사업을 비판하거나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에 대한민국의 물관리 체계가 보다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발전하기를 바라는 공공정책적 제언이다. 모든 내용은 국민의 안전과 공익을 위한 학문적·정책적 논의이며, 어떠한 민·형사상 판단이나 특정 이해 관계자에 대한 평가를 의도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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