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칼럼] 일본·대만보다 높은 제조업 임금·규제 장벽, 경제성장 저하로 직결될 수밖에

편집국 / 기사승인 : 2026-01-09 14:5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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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전, 소방준감)
우리나라 제조업 임금이 경쟁국인 일본과 대만보다 월등히 높아 국가 경쟁력 약화로 귀결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12월 23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한·일·대만 임금 현황 국제비교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상용 근로자 임금은 6만 5,267달러로 일본의 5만 2,782달러보다 23.7%나 높았다. 특히 대표적 경쟁업종인 제조업에서 한국 상용근로자의 연 임금 총액은 물가를 고려한 구매력평가(PPP) 환율 기준으로 6만 7,491달러로 일본 5만 2,802달러보다 27.8% 높았다. 대만과 비교해도 한국 임금은 우위에 있었다. 지난해 기준 한국 임금근로자의 연 임금 총액은 6만 2,305달러로 대만 5만 3,605달러보다 16.2% 높았다. 제조업에서도 한국의 연 임금 총액은 7만 2,623달러로 대만 5만 7,664달러보다 25.9% 높게 집계됐다.

2011년도만 해도 한국의 임금은 3만 9,702달러로 일본 3만 9,329달러와 임금 수준이 비슷했지만, 이후 한국 임금은 지속적인 상승으로 지난해 64.4%까지 상승해 일본의 상승률 34.2%를 30.2%포인트나 크게 앞질렀다. 대만과 비교해도 한국의 임금은 우위에 있었다. 2011년 우리나라 임금은 3만 6,471달러로 대만 3만 4,709달러보다 5.1% 높았으나, 2011년부터 2024년까지 임금 상승률 역시 한국이 70.8%로 대만 54.4%를 16.4%포인트나 크게 웃돌았다.

이처럼 한국과 일본·대만 등 주요 경쟁국 간 임금 수준 격차가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생산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고임금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따라서 생산성 제고와 함께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 체계로 전환이 시급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임금 상승에 걸맞은 생산성 향상이 실제로 뒤따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내 연간 임금 상승률은 2011~2017년 연평균 3.3%에서 2018~2023년에는 4%로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연평균 2.5%에서 1.7%로 거꾸로 떨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도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53.3달러(2023년)로 일본(56.8달러)에 미치지 못한다. 이는 한국 경제 전반에 고비용·저효율 구조가 고착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기업 규모와 업종별로 일본과 임금 차이를 분석해 보면 문제의 원인은 더 분명해진다. 특히 한·일 간 임금 격차는 중소기업(21.9%)보다 대기업(58.9%)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 근로자 소득이 늘었다는 것이어서 일단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실상을 따져보면 반가움보다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한·일 양국 간 임금 차이가 주로 대기업에 집중돼 있다는 의미다. 이는 임금 상승이 생산성 향상 때문이 아니라 강성 노조와 연공형 임금 체계 때문이란 뜻이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 정치권을 등에 업고 고임금 잔치를 벌이는 동안 그 밖의 근로자들은 소외된 것이다. 이렇듯 ‘노동 시장의 이중구조’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강력한 기득권을 바탕으로 고임금 잔치를 벌이는 사이 중소기업·비정규직과의 격차는 역대 최대치로 벌어졌다. 전체 근로자의 12%에 불과한 대기업 정규직의 고임금 구조가 한국 경제성장을 저해하고 있다. 청년들은 대기업 입사에만 매달리고, 중소기업은 만성적 구인난에 시달리고 허덕이고 있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가 대학생들에게 희망 기업을 물었을 때 중소기업을 선택한 비율은 16%에 불과했다. 대기업은 64%, 공공부문은 44%였다.

임금은 노동의 대가이며 생산성의 거울이어야 하는데 우리 현실은 거꾸로 역주행하고 있다. 2023년 기준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53.3달러(33위)로 OECD 평균의 75% 수준에 그쳤다. 일본(56.8달러)은 29위로 20년 만에 순위 반등에 성공했고, 대만은 반도체 고부가가치화를 통해 생산성 지표에서 한국과 일본을 앞서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일본의 제조업 임금 총액은 2011년 대비 35.0% 증가한 데 비해 한국은 82.9%나 급증했다. 경쟁국들이 혁신을 통해 효율을 높여가고 있는데 한국은 생산성 향상 없는 ‘고비용 구조’의 늪에 빠져 버린 형국이다.

기업들이 벌어놓은 돈으로 당분간은 일본·대만보다 높은 인건비를 감당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생산성보다 인건비가 더 빨리 오르면 결국 산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런 불균형의 심화는 필연적으로 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불러오고 수출 전선의 위기로 이어진다. 원가 부담 탓에 반도체 자동차 등 주력 수출 품목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 무역수지는 악화하고, 이는 다시 원화 약세와 외환시장 불안을 초래해 국가 경제 전반에 충격을 준다. 대기업 기득권 노조가 임금 인상을 자제하고, 연공서열이 아닌 성과 중심으로 임금 체계를 서둘러 개편해야만 한다. 그러지 않으면 노동 시장의 부익부 빈익빈과 제조업 경쟁력 약화는 피하기 어려울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국내총생산(GDP)과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임금이 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노동생산성은 제자리인데 임금만 오른다면 국가 경제에 이상이 생겼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야만 한다. 실제로 2018~2023년 노동생산성은 불과 1.7% 높아졌는데 임금은 연평균 4.0%나 상승했다.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OECD 36개국 중 22위 수준에 머물고 있다. 노동생산성이 임금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에서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만을 외친다면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수밖에 없음을 각별 유념해야 한다.

무엇보다 ‘규제 족쇄’는 더욱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모노리서치에 의뢰, 전국 4년제 대학 경제·경영·행정학과 교수 219명(응답자 기준)을 대상으로 최근 규제혁신 정책과 주요 규제 이슈에 대한 인식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6.7%가 한국의 첨단산업·신산업 분야 기업규제 수준이 미국, 일본, 중국 등 경쟁국보다 높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46.4%는 국회의 입법 활동이 ‘규제 혁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반면 대만은 정부가 앞장서 규제 그물을 걷어내고 있다. 대만 TSMC 연구실의 경우 하루 3교대 근무로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Night Hawk(나이트호크)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전력과 공장 부지, 인프라 등은 정부가 패키지로 지원한다.

경쟁국에 비해 높은 한국의 임금·규제 장벽은 경제성장 저하로 직결됐다. 당장 한국은 올해 1% 성장도 버거운 상황인데 대만은 무려 7.3%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의 1인당 GDP를 3만 5,962달러로 추정하며 22년 만에 대만(3만 7,827달러)에 역전당할 것이라고 분석을 한 바 있다. 정부는 IMF의 경고를 허투루 듣지 말고 임금·규제 장벽을 허무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서둘러 전환해야 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반도체 특별법)」이 여·야 합의로 주 52시간 예외가 적용되도록 수정돼야 한다. 생산성 향상이 뒷받침되지 않는 임금 인상은 지속 가능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득권 노조의 임금 인상 억제와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 체계 개편 없이는 제조업 미래, 일자리 창출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을 정부와 노동계는 각별 명심해야 한다. 노동과 규제 혁신은 이재명 대통령이 약속한 6대 구조 개혁 과제다. 정부·여당의 과감하고 결연한 의지와 강력한 실천으로 가시적(可視的)인 성과를 일궈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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