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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데이터처가 지난 10월 19일 발표한 ‘2025년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2025년 9월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356만 4,000명으로 1년 전 371만 명보다 14만 6,000명이나 줄었다. 특히 고용률은 45.1%로 1년 전 45.8%보다 0.7%포인트 낮아졌다. 전년 동월 대비 17개월 연속 하락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 이후 약 16년 만에 최장 기록이다. 청년층 고용률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데는 경기 부진으로 양질의 일자리가 공급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올해 청년 실업률이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악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1월 3일 국가데이터처에 의하면 올해 3분기(7~9월)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5.1%로 전년 동기간 4.9% 대비 0.2%포인트 올랐다. 작년 4분기 이후 4개 분기 연속으로 청년층(15∼29세) 실업률이 악화했다. 이렇게 장기적으로 청년층(15∼29세) 실업률이 최악으로 치닫는 것은 조선·해운 부실 위기로 이 분야 구조조정이 만연했던 2016년 1~4분기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19 위기로 2020년 9%까지 치솟았던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2021년(7.8%)부터 작년(5.9%)까지 무려 4년 연속 하락하는 추세다. 올해 1~3분기 평균 실업률은 6.2%인데, 4분기도 악화하게 되는 경우 2020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청년층(15∼29세) 실업률이 연간으로 상승하게 된다. 실제 청년층(15∼29세) 고용 상황은 공식 실업률보다 훨씬 심각하다. 일할 생각은 있는데 구직 활동을 한동안 접은 잠재 구직자 등을 포함한 체감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올해 3분기 15.5%로 공식 실업률의 3배를 웃돌고 있다.
이렇게 청년층(15∼29세) 실업률이 악화한 근본적 이유는 최근 경기 부진으로 제조업, 숙박·음식점업, 건설업 등 청년층(15∼29세)을 많이 채용하는 주력 업종의 채용 문이 좁아졌기 때문이다. 인력을 뽑는 기업도 경력직을 선호하고 있다. ‘피지컬 AI(Physical AI)’ 기술 확산과 생산 라인을 자동화하면서 기업들이 대규모 채용을 꺼리고 있는 영향도 점차 커지고 있다. 아마존이 AI로 생산성이 높아지게 되자 전체 사무직의 약 10%에 해당하는 최대 3만 명을 감원하기로 한 것은 우리에게도 곧 들이닥칠 일이 아닐 수 없다. 제조 AI 성장으로 ‘블루 컬러(Blue collar) 직종도 대규모 감원을 피할 수 없으리란 전망이 나온다. 국세청에 따르면 올 1분기 20대 청년 사업자는 35만 4,000명으로 1년 새 2만 6,000명 줄었다. 그냥 쉬는 젊은이가 44만 명에 달한다. 청춘 특유의 도전과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하지만 청년 고용이 어려워진 근본 이유는 정작 따로 있다. 기업들이 정규직을 한번 뽑으면 사업이 어려워져도 인원 조정을 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청년 뽑기를 더욱 꺼리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9월 기업들이 청년 신규 채용을 꺼리는 배경에 “노조 이슈가 있다.”라며 “고용 유연성이 확보가 안 되니까 필요할 때 내보내고 다른 사람을 뽑거나 아예 (직무) 전환을 하는 게 쉽지 않다.”라고 말해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고 있다. 하지만 실제는 고용 경직성을 개혁하거나 문제를 완화하려는 노력은 후 순위에 있어 보인다. 반대로 정년 연장, 주 4.5일제 등 친노조 과제들이 선 순위에 추진하고 있다.
또한, 한국의 노동시장 경직성은 심각한 수준이다. 국제경영개발원(IMD) 노동시장 유연성 지수에서 60개국 중 44위에 그쳤다. 덴마크(1위) 미국(10위) 일본(17위)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다. 문제의 핵심은 대기업·공기업 위주의 기득권 강성 노조, 해고·채용의 어려움, 연공 서열 중심의 경직된 임금 체계 등에 있다. 기업이 인력 운용에 숨 쉴 틈이 없다 보니 효율적인 인력 재배치나 신규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과감한 채용과 투자는 언감생심(焉敢生心) ‘넘사 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자 ‘그림의 떡’이다. 고용 경직성 해소 없이는 청년층(15∼29세)의 일자리 창출은 요원하다. 정부는 결연하고 강력한 의지를 품고 노동 유연성을 높이고 임금 체계를 개편해야만 한다.
한편 지난 10월 14일(현지 시각) 아프리카 섬나라 마다가스카르(Madagascar)에서 Z세대(1995∼2010년 출생자 │ 10∼20대 젊은 청년들)의 분노가 정권을 무너뜨린 것을 시작으로 올해 하반기 동남아·남미·아프리카에서 반정부 시위가 들불처럼 번진 바 있다. 선진국도 결코 안전지대가 더는 아니어서 긴축 정책에 반대하는 프랑스 ‘국가 마비 운동(Bloquons Tout │ 모든 것을 멈추자)’은 전 세계를 경악하게 했다. 이탈리아·스페인·미국에서도 크고 작은 시위가 잇따라 발생했다. 시위를 주도한 층은 주로 청년 세대였다. 청년들이 주로 문제 삼은 공통된 이슈는 정치 체제 반대나 종교·민족 갈등 같은 해묵은 시위가 아니라 불공정·불평등과 양극화, 부정부패 그리고 생활고였다. 켜켜이 쌓인 분노가 한 순간에 폭발한 것이었다. 기성세대의 탐욕과 몰염치, 무능함에 대한 분노에 찬 항거인 셈이다. 전 세계, 기성세대 타도 시위로 이어졌고 외국인 혐오, 반(反)페미니즘, 극우화의 확산으로 번졌다. 전 세계 청년의 공통된 불만은 ‘일자리 부족’이다.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그나마 남아 있는 일자리는 기성세대가 터줏대감으로 버티고 있다. 노동시장에 처음 진출하는 젊은이가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세상이 된 것이다. 설상가상(雪上加霜) 중국의 과잉 생산과 미국의 관세 압박으로 한국 제조업은 공동화(空洞化) 위기에 봉착해 있다.
이런 와중에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Kristalina Georgieva)’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그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개혁해야 한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향후 수년 내 일자리의 약 60%가 인공지능(AI) 영향을 받을 것인 만큼 이에 대한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경고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AI로 업무 수행 방식이 바뀌고 일부 일자리는 사라질 수 있다.”라며 AI가 노동시장에 가져올 변화를 ‘쓰나미’에 비유했다. IMF가 개발한 ‘AI 준비지수’에서 한국은 전체 15위로 상위권에 있지만, 노동시장 정책 부문(24위)은 유난히 부진하다. AI 시대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우리 노동시장이 변화에 가장 취약한 고리라는 것을 국제기구가 공인한 셈이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산업이나 직종에서 다른 영역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제는 AI로 대체할 수 있는 부분에서는 고용을 줄이는 대신 성장성 높은 다른 분야에 채용과 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기업에 숨통을 틔워줘야만 한다. 그래야만 전체적인 생산성을 유지하고 신성장산업을 빠르게 육성할 수 있다. IMF 총재의 송곳 지적을 허투루 들어서는 결단코 아니 된다. 고용 경직성 해소 없이는 글로벌경제 전쟁에서 결코 앞설 수 없다.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개혁해야 한다는 일침을 뼈 아프게 받아들여 서둘러 실행으로 옮겨야만 한다. 무엇보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일자리 미스매치(Mismatch │ 엇박자)’와 함께 우리 사회가 오랜 시간 해결하지 못한 고질적 과제 중 하나다. 이에 대한 해결 없이는 '청년 고용절벽'은 지속될 수밖에 없고 더 이상 희망은 없다.
또한 최근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이자 전업 주식투자자로 나서는 청년이 늘어나고 있다. 주식투자의 정석은 경제의 큰 흐름을 보고, 여유 자금으로 장기 투자하는 것이다. 주가가 급등세를 이어가며 코스피(KOSPI)가 지난 11월 3일 2.7% 넘게 뛰어올라 사상 처음으로 4,200선을 돌파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114.37포인트(2.78%) 오른 4,221.87에 장을 마치며 종가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수는 전장보다 15.86포인트(0.39%) 오른 4,123.36으로 출발해 상승 폭을 키웠다. 한때 4,221.92까지 올라 지난 10월 30일 기록한 장중 기준 역대 최고치(4,146.72)도 경신했다. 코스닥(KOSDAQ)지수는 전장보다 14.13포인트(1.57%) 오른 914.55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 지수가 전인미답(前人未踏)의 ‘사천 피(코스피 4,000포인트)’ 달성 이후에도 숨 고르기 장세 없이 고공 행진 중이다. 그럴만한 일자릴 찾지 못하는 청년들에게 있어 눈이 번득 띌만하다.
하지만, 주식투자의 정석은 경제의 큰 흐름을 보고, 여유 자금으로 장기 투자하는 것이다. 일정한 일자리 없는 젊은 청년들이 주식에 투자하게 되면 평상심을 유지하기 어렵고 쫓기는 상황에서 필사적으로 매달릴 수밖에 없다. 단기 매매에 빠지기 십상이다. 심지어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를 뜻하는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4년여 만에 25조 원을 넘어섰다. 주식투자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연초 54조 원대에서 10월 말 85조 원대로 30조 원 이상 늘었다. 올해 1~7월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가장 많이 늘어난 연령층은 60대 이상(47.6%)과 20대(46.6%)다. 은퇴한 실버세대와 소득이 불안정한 20대가 주식투자를 하려고 빚을 가장 많이 냈다. 위험 신호가 아닐 수 없다. 주가 상승에 들떠 아무도 경고하지 않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청년들의 근로 의욕을 높이고, 청년 눈높이에 맞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유인할 수 있는 정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결국 노동시장 유연화 시대적 요구에 순응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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