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롬프터 대신 종이원고 넘기며 연설…열병차량 올라 軍 사열도
기념식 참석 조희대, 오찬은 불참…대통령실 "초청했지만 曺 사정으로 불참"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충남 계룡대 대연병장에서 열린 건군 77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 국민대표 7인, 군 지휘부 등과 입장하고 있다. 2025.10.1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충남 계룡대 대연병장에서 열린 건군 77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서 박정훈 해병 대령에게 훈장을 수여하고 있다. 2025.10.1
[세계타임즈 = 이채봉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취임 후 처음 맞은 국군의날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3군(軍) 지휘부가 위치한 충남 계룡대를 찾았다.이 대통령은 이곳에서 국민에게 신뢰받는 군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검은 양복에 회색과 녹색이 섞인 넥타이를 맨 이 대통령은 6·25 전쟁에 간호장교로 참전한 95세 이종선 씨와 해군 UDT 하사로 전역한 산악인 엄홍길 씨 등 국민대표 7명과 동반 입장했다.
이 대통령은 흰색 군복을 입은 고령의 이종선 씨 손을 잡고 그의 보폭에 맞춰 천천히 걸어 들어온 뒤 이씨를 단상 위 자신의 옆자리에 안내하며 예우했다.다른 국민대표들도 단상에 이 대통령과 함께 자리해 행사를 지켜봤다.단상 뒷벽에는 '국민과 함께하는 선진강군'이라는 문구가 크게 적혀있었다.이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국군의날 기념식에 국민대표들과 함께한 것은 군 통수권자로서 12·3 계엄 사태를 극복하고 '국민의 군대'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기념식장에 들어선 뒤 우원식 국회의장과 조희대 대법원장, 김상환 헌법재판소장,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주호영 국회부의장, 성일종 국회 국방위원장 등과 악수했다.이 대통령은 이어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함께 열병 차량에 올라 연병장을 한 바퀴 돌며 도열한 군을 사열했다.부대별로 사열할 때마다 이 대통령은 장병들에게 거수경례로 화답했고, 통합기수단을 사열할 때는 왼쪽 가슴에 손을 얹기도 했다.이 대통령은 이어 '한국형 3축 체계' 핵심 전력기술이 적용된 무기 체계, 유·무인 복합 무기체계 등을 둘러봤다.사열 후 이 대통령은 해병대 '채상병 사건' 당시 상부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수사를 이어온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게 보국훈장 삼일장을 수여했다.
이 대통령이 훈장증을 건네고 가슴에 훈장을 달아주자 박 단장은 거수경례하며 "충성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기념사에 나선 이 대통령은 "우리 군이 민주공화국의 군이자 국민의 군대로 새롭게 태어나는 길에 적극 동참해달라"며 군이 국민의 신뢰회복을 위해 노력해줄 것을 거듭 당부했다.이 과정에서 프롬프터 없이 흰색 A4 종이에 적힌 원고를 넘기며 연설하는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은 연설 직전까지 원고를 직접 수정하는 편"이라며 "현장 상황에 따라 글자가 잘 보이지 않을 수도 있어 프롬프터보다는 종이 원고를 더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후 군의 태권도 시범, 소형 무장 헬기 조종 전술 시범,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의 비행 등을 지켜봤다.국민대표 및 군 관계자, 참전 유공자와 군 원로, 보훈 대상자, 주한미군 관계자, 6·25 참전·지원국 대사 등 540여명이 참석하는 대통령 주재 오찬도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오찬 축사에서 "자주국방이 중요하다. 우리는 스스로를 얼마든지 지킬 수 있고,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며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또 "전 세계적으로도 미군 전력을 제외한 대한민국 자체 군사력이 세계 5위"라고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뉴욕증권거래소를 방문해서도 우리나라의 강한 국방력을 부각하며 같은 내용을 언급한 바 있다. "군사력을 강화하고 국력을 키워 절대로 침범받지 않는 나라, 절대로 타국에 의지하지 않는 자주적인 나라를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찬장에는 '국민과 함께하는 선진강군'이란 문구가 적힌 시루떡이 마련됐고, 이 대통령은 떡을 직접 자른 뒤 참석자들과 악수했다.한편 우 의장과 조 대법원장 등 일부 인사들은 기념식에만 참석하고 오찬장에는 나타나지 않았다.일각에선 조 대법원장의 경우 최근 여권으로부터 거취 압박을 받는 상황이 오찬 불참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우 의장과 조 대법원장 등에도 오찬 참석을 요청했지만 일정 등 개인 사정 때문에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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