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설명 : 세계적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계승하는 일은 어느 한 나라만의 책임이 아니다. 수백 년, 수천 년 뒤 인류의 공동 자산이 될 문화유산을 오늘의 세대가 함께 만들어 가는 일 또한 국제사회의 공동 과제다. 2023년 글로벌외교관포럼과 한-인도 비즈니스문화진흥원(IKBCC)의 제나 정 이사장이 제안한 ‘인류애 실현을 위한 글로벌 평화센터’ 로서의 한국에 람 사원을 건립하는 구상처럼, 문화와 가치를 잇는 시도는 국경을 넘어 공유된다. 사진은 앙코르와트 복원 사업에 한국 정부가 참여하고 있는 사례이다.
한국에 켜지는 ‘람 사원’의 등불, 타고르의 예언대로 아시아의 시대를 밝히라.
- 람 신의 문명의 길, 아시아 문명을 넘어 세계로, 제나 정 (Dr. Zena Chung), 글로벌외교관포럼 및 한-인도 비즈니스 문화진흥원 (IKBCC: Indo-Korea Business Culture Center) 이사장
세계 질서는 다시 흔들리고 있다. 전쟁은 종결되지 않은 채 고착화되고, 국지전은 구조적 갈등으로 전환되고 있다. 민간인 희생과 난민 발생은 국제사회에서 더 이상 예외적 사건이 아니다. 인공지능과 첨단 기술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되었지만, 이를 통제할 윤리와 책임의 기준은 아직 합의되지 못했다.
오늘의 국제정세는 단순한 안보 위기가 아니라 문명적 위기다. 기술과 힘은 증대되었지만, 그것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공통의 도덕 언어는 약화되고 있다. 결국 우리는 한 질문 앞에 서게 된다. 인류는 기술적으로는 진보했지만, 문명적으로도 진보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의외로 새로운 이론이 아니라, 아시아가 오래전에 공유했던 하나의 문명적 경험에서 찾을 수 있다. 바로 람 신 (Lord Rama) 이 상징하는 도덕적 질서다.
힘이 아닌 도덕으로 연결된 아시아 문명
람 신의 서사는 인도에서 시작되었지만, 그 영향력은 국경을 넘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자바와 발리의 윤리와 예술로 흡수되었고, 캄보디아에서는 앙코르 와트 (Angkor Wat)의 회랑에 레암케르(Reamker)로 새겨졌다. 태국에서는 라마끼엔 (Ramakien)이 국가 서사가 되었고, 국왕의 공식 칭호 자체가 ‘라마’가 되었다.

▲사진설명 : 세계적 문화유산의 보존과 복원은 한 나라의 노력만으로 이뤄지기 어렵다. 캄보디아 사원 복원 사업을 인도와 캄보디아 정부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이 사례는, 인류의 소중한 유산을 지키고 계승하는 일에 국제적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이처럼 세계적인 문화유산을 복원하고 창조하는 일에도 여러 나라의 공조와 협력은 참으로 이상적이고 바람직한 일이라고 할수 있다.
이 확산 과정에서 주목할 점은 명확하다. 총이나 칼을 통한 정복이나 강제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람 신의 서사는 군사력이나 정치 권력에 의해 전파되지 않았다. 람의 서사는 군대가 아니라 상인과 승려, 예술가와 사상가를 통해 전해졌다. 즉 교역, 학문, 종교적 성찰, 예술적 교류를 통해 각 문명에 흡수되었다. 각 지역은 이를 자국의 언어와 제도, 정치 문화에 맞게 재해석했지만, 핵심 원리는 유지되었다. 그것은 바로 정의(dharma)를 통치의 기준으로 삼을 것, 권력은 절제와 책임 위에 놓일 것, 인간 존엄은 어떤 질서에서도 침해되어서는 않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람 신은 특정 종교의 신격을 넘어, 아시아 문명이 합의한 이상적 통치자와 도덕 질서의 원형이 되었다.
캄보디아의 킬링필드 Killing Fields)가 남긴 문명사적 경고
도덕이 통치에서 분리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캄보디아의 ‘킬링필드(Killing Fields)’가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다. 앙코르 문명을 통해 고도의 정신적·문화적 성취를 이룩했던 캄보디아는 20세기 후반, 도덕적 기준을 상실한 권력 아래에서 대규모 학살이라는 인류사적 비극을 겪었다. 당시 캄보디아 전체 인구 (약 800만명)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2백만명 이상의 생명이 체계적으로 제거되었고, 인간은 개인이 아닌 ‘숫자’가 되었으며, 문명은 침묵했다.
킬링필드는 단순한 역사적 참사가 아니다. 그것은 권력이 도덕적 책임에서 이탈할 때 문명이 얼마나 빠르게 붕괴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경고다. 이 경고는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지금 세계 곳곳에서 반복되는 전쟁과 학살, 증오의 정치 역시 같은 구조 위에 서 있다. 힘은 존재하지만, 그것을 제어할 도덕적 기준이 부재한 상황이다.

▲사진설명 : 역사는 강물처럼 흘러가며, 각 시대는 다음 세대를 향해 이어진다. 킬링필드의 비극을 겪은 캄보디아는 여전히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지만, 메콩강을 따라 경제 회복과 사회 발전을 향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상처를 넘어 미래를 향해 나아가려는 이러한 움직임은 인류 문명이 끊임없이 진보해 왔음을 보여준다.
왜 람 사원이며, 왜 한국인가
이 지점에서 질문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왜 지금 람 신인가, 그리고 왜 한국인가.
람 사원의 건립은 종교적 확장의 문제가 아니다. 그 본질은 아시아가 공유했던 도덕적 통치와 공존의 언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문명적 프로젝트다. 그리고 이 논의를 시작하기에 한국은 독특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한국은 불교와 유교, 이슬람교, 기독교가 공존해 온 사회이며, 식민지 경험과 전쟁, 분단,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겪은 나라다. 강대국의 제국 경험도, 종교적 패권의 역사도 없다.
이러한 배경은 한국을 가치를 강요하지 않는 중재자, 즉 문명 간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으로 만든다. 람 신을 종교적 숭배의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문명적 가치와 책임의 상징으로 재구성하기에 가장 설득력 있는 장소가 바로 한국이다.
타고르 (Tagore)의 예언과 오늘의 책무
100여 년 전, 일제강점기의 암흑 속에서 인도의 시성 라빈드라나트 타고르 (Rabindranath Tagore) 는 동방의 등불 (The Lamp of the East)에서 조선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시기에 빛나던 등불의 하나였던 코리아, 그 등불 다시 한번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 타고르가 말한 등불은 군사력이나 경제력이 아니었다. 그것은 도덕적 상상력과 문명적 책임이었다.
오늘날 세계는 다시 어두워지고 있다. 그리고 한국은 다시 질문받고 있다. 성취한 이후, 무엇을 인류에 기여할 것인가. 람 신의 길은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다. 그것은 신문명 시대에 필요한 책임 있는 힘, 도덕적 리더십, 인간 중심의 질서를 재정립하자는 제안이다. AI와 기술이 지배하는 시대일수록, 인간을 지탱하는 기준은 더욱 분명해야 한다.
인도에서 시작된 람의 서사는 스리랑카를 지나 동남 아시아의 인도네시아, 캄보디아와 태국을 거쳐 이제 최종 종착역으로서 한국에서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아시아는 다시 세계에 무엇을 제시할 수 있는가. 그 답은 힘이 아니라 원칙이며, 패권이 아니라 가치이고, 속도가 아니라 책임일 것이다.
람 사원이 한국에 세워져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그곳은 신을 모시는 공간이 아니라, 문명이 다시 인간에게 책임을 묻는 장소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타고르의 예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 등불은 지금, 한국에서 다시 켜질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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