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칼럼] 한·미 관세 협상 극적 타결, 후속 대처 만전 기하고 디테일에서 실리를

편집국 / 기사승인 : 2025-11-07 13:4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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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전, 소방준감)
대미(對美) 투자 이견으로 인한 난항으로 3개월간 교착상태에 빠졌던 한·미 간 관세 및 안보 협상이 극적으로 전격 타결됐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월 29일 경북 경주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갖고 대미 투자 3,500억 달러(약 500조원)의 세부 집행 방안에 합의했다. 합의 내용이 한국의 입장에서 살펴보면 전적으로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현 상황에서 도달할 수 있는 최선의 합의로 평가한다.

지난 11월 1일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이 합의한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는 현금투자 2,000억 달러와 조선업 협력(MASGA 프로젝트 │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1,500억 달러로 구성된다. 정부는 대규모 달러 조달에 따른 외환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이 요구하던 3,500억 달러의 현금 투자 규모를 2,000억 달러로 낮췄고, 연간 최대 200억 달러의 한도를 설정했다. 관세 협상에서 최대 쟁점은 3,500억 달러 중 현금성으로 투입되는 2,000억 달러의 조달 방식이었다. 양국은 매년 최대 200억 달러 한도 내에서 분납한다는 데 합의했다. ‘MASGA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나머지 1,500억 달러는 한국 기업 주도로 추진하고 투자 외에 보증까지 포함함으로써 현금과 정부 보증을 병행하기로 해 기업 부담을 크게 줄이고 외환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최소화했다는 설명이다.

당초 2,000억 달러 전액 ‘현금 선불(Up front)’ 투자를 고집하던 미국이 한국 정부의 집요한 요청을 대폭 수용해 매년 250억 달러씩 8년간 분납하는 수정안을 최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이 외환시장 충격 없이 한 해 조달할 수 있는 외화는 150억~200억 달러 정도다. 말이 200억 달러이지 이는 우리 돈 약 28조 6,000억 원으로 한국이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의 최대치에 해당해 결코 만만한 액수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 외환 보유액 약 4,220억 달러 규모를 감안할 때 자금 조달에 대한 부담은 크지 않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판단이다. 또한 외환 시장 불안이 우려되는 경우 납입 시기와 금액 조정을 요청할 수 있는 별도 근거를 활용하면 감당이 결코 불가능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원리금이 보장되는 프로젝트만 추진하기로 한 것이나 20년 내 원리금 전액 상환이 어려울 경우 5대 5 수익 배분 비율을 조정할 수 있게 한 것도 고무적이다. 무엇보다 이번 타결로 한국 자동차 관세는 25%에서 일본, 유럽연합(EU) 등 경쟁국과 동일한 15% 관세를 적용받게 된 것은 큰 다행이다. 우리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산업에 숨통이 트였기 때문이다. 한화투자증권에 의하면 전 분기 25%의 관세 부과로 현대차·기아는 3분기에만 영업이익이 2조 7,000억 원이나 줄어든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 자동차·부품 기업들로선 이번 협상 타결이 가뭄 속 단비와도 같다. 반도체도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볼 때 불리하지 않은 수준의 관세가 적용된다. 우려했던 쌀·쇠고기 등 민감한 농산물의 추가 개방 요구를 막아낸 점과 의약품·목재 등에서 최혜국 대우를 확보한 것 역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안보 협상에서도 괄목할 만한 합의가 이뤄지는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방위비 증액을 약속하는 대신 핵추진잠수함의 연료 공급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우라늄 농축 권한 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후속 협의를 약속했다. 이렇듯 한·미 양국은 2035년까지 한국의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3.5% 수준으로 확대하고 핵추진잠수함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이뤄 후속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관세 협상에 밀려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숙원과제인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에 한 걸음 다가간 것은 유의미한 성과라고 평가한다. 무엇보다 이번 정상회담은 경제적 난제와 안보 현안에 대한 패키지 합의를 통해 한·미 동맹이 더욱 굳건한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했음을 전 세계에 확인시켰다.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 협상단과 기업들은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협상 전략과 아이디어를 공유하면서 대미 투자 부담을 최소화하는 협상 결과를 얻어낸 쾌거(快擧)이자 개가(凱歌)다. 이번 정상 간 합의가 한반도 평화와 경제 성장의 굳건한 초석(礎石)이 되길 바란다.

이번 관세 협상 타결로 초대형 불확실성이 해소된 건 환영할 만하지만, 본 게임은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당장 정부는 국내 산업 공동화(空洞化)를 막고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3,500억 달러는 지난해 한국 제조업 전체 설비투자(145조 원)의 무려 3.45배나 넘는 큰 금액이다. 한국은행이 밝힌 투자 고용유발계수는 10억 원당 7.2명 인데, 이를 단순 적용해도 무려 350만 개 일자리가 미국으로 넘어가는 셈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국 청년들의 미래 기회비용을 날린 것이란 볼멘소리도 나온다. 이미 1,400원대를 넘어선 원·달러 환율이 추가 상승 압력을 받을 우려도 있어 금융시장 안정에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 10월 3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 거래 종가(1,426.5원)보다 2.1원 내린 1,424.4원에 주간 거래를 마무리했다. 큰 틀은 합의됐지만 ‘디테일’을 다루는 협상은 아직 진행 중이다.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프로젝트만 추진하기로 했다지만, 한·미 양국 의견이 갈리면 어떤 방식으로 결정할지 여전히 모호하다. 우리가 ‘협의권’만 갖는 것으로 얼마나 견제·감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후속 대처에 만전 기하고 디테일에서 실리를 담보해야 한다. 추가적인 세부 내용을 확정하는 단계에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조선업의 대가(Master)’로 칭하며 ‘마스가(MASGA) 프로젝트’에 깊은 관심과 지지를 표명했다. 한·미 양국 국가안보실이 주도하는 ‘조선산업협력체’를 가동하기로 했다. 이날 체결된 ‘한·미 기술 번영 양해각서(MOU)’의 의미도 각별하다. 한·미 양국은 ‘인공지능(AI) 정책 프레임워크’를 공동 개발하고, 차세대 통신과 제약·바이오 기술 공급망, 양자 혁신, 우주 탐사 등도 함께 해 나가기로 했다. 한·미 경제 관계가 단순 통상을 넘어 기술동맹 수준으로 심화함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관세 인하의 소급 적용과 대미 투자 금융 패키지의 법적 근거가 명확히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번 합의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안보 분야 후속 조치도 속도를 내야만 하고 철강 등 일부 품목의 추가 협상도 시급하다. 이번 정상회담이 한·미 관계 완전 복원의 진정한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더불어 세부 조율 과정에서 치밀하고 정교한 전략이 필요하다.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통화 스와프 협정 체결이나 외환보유액 확충과 같은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여야는 초당적으로 협력해 대미 투자의 법적 근거를 담을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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